
MZ세대 신앙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숏폼(짧은 영상)을 제작해 교회와 신앙을 친근하게 풀어내며 재미와 공감을 통해 복음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단순 패러디를 넘어선 자생적 콘텐츠는 실제 선교와 공동체 성장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크리스천 숏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11일 경기도 부천 엘그림교회(김현호 목사)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영상이 대표적이다. ‘난 오늘 네가 교회 왔음 좋겠어’라는 개사된 노래에 맞춰 청년들이 익살스럽게 춤을 추는 30초 남짓한 영상은 최근까지 34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교회 SNS사역팀 대표 김사랑(24)씨는 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많을 때는 한 주에 서너 명이 영상을 보고 예배에 왔고 일부는 교회에 등록했다”며 “10명 남짓이던 청년 공동체가 1년 반 만에 30명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교회 SNS에는 조회수가 500만회를 넘긴 숏폼도 있다. 이는 교회 청년 넷이서 2년 전 꾸린 SNS사역팀이 만든 것이다. 이들은 기획부터 연출, 촬영까지 직접 맡아 유행어와 일상 속 공감을 활용한 숏폼을 제작해 왔다. 김씨는 “교회를 딱딱한 공간이 아니라 함께 웃고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로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며 “콘텐츠를 만들면서 공동체 안의 대화와 웃음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CCM을 기반으로 한 ‘신앙 챌린지’도 확산되고 있다. 짧은 찬양 영상에 율동과 고백을 더해 릴레이처럼 참여하는 방식으로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신앙을 고백하는 흐름이다. 특히 한국교회 청년부와 청년 사역자들로 구성된 워십팀 계정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하나의 크리스천 숏폼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1일 원웨이워십팀 인스타그램에는 미국 CCM가수 테리안의 ‘빅갓(Big God)’을 활용한 영상이 올라왔다. ‘크신 하나님 위대하신 하나님, 문제가 내 앞길을 막아설 때 그 모든 역경의 해결책은 오직 크신 하나님, 아무도 내 믿음을 흔들 수 없어’라는 가사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는 형식이다. 이 영상은 조회수 4만회를 넘겼다. 서울 새문안교회 청년부 6명이 팀룩워십의 ‘주를 찾는 모든 이들이’에 맞춰 찬양과 율동을 선보인 영상도 게시 5일 만에 7만회 이상 조회됐다. 찬양에 율동에 가미한 숏폼은 뉴제너레이션워십의 ‘Wake(날 세우시네)’, 위러브의 ‘우리가 주를 더욱 사랑하고’ 등 국내 워십팀의 유명곡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문지헌이 지난달 9일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한 ‘내삶내주 챌린지’도 눈길을 끈다. ‘내 삶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삶은 주님의 것입니다’라는 고백을 영상으로 촬영해 게시하고 다음 참여자 3명을 지목해 이어가고 있다. 이미 여러 크리스천 인플루언서와 목회자들이 동참했다.
기독 숏폼을 올릴 수 있는 전용 플랫폼도 등장해 호응을 얻고 있다. 숏챌(대표 이은주)은 지난해 7월 베타 서비스를 거쳐 최근 정식 출시됐다. 현재 194개국에서 7만여명이 가입했다. 신앙 콘텐츠뿐 아니라 태권도, K뷰티 등 다양한 숏폼 영상이 올라오며 이용층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열린 숏챌 주최 미션챌린지 대회에서는 ‘예수님이 나타났다’는 설정의 영상이 1위를 차지했다. 인도차이나 5개국에서 모인 선교사 자녀(MK) 40여팀은 기도와 복음이라는 주제로 숏폼을 제작해 선보였다. 최유력 대표는 “대회에 참여한 MK들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숏폼이 다음세대 선교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숏폼이 다음세대 사역의 전부나 핵심은 아닐지라도, 신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재미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사역단체 ‘교회친구다모여’ 황예찬 대표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은 숏폼의 유행을 자생적 기독 청년 문화로 진단했다. 황 대표는 “이전에는 세상의 숏폼을 단순 패러디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CCM을 기반으로 크리스천들이 직접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다음세대가 SNS 안에서 자신들만의 신앙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중 숏폼 챌린지 가운데는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도 적지 않은데, 이를 무분별하게 패러디해 교회 행사나 예배 참여를 독려하는 데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적 이미지를 오히려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어 분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수연 박효진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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